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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라이프

코크에서 맞는 생일 :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Day192

by greenblue__ 2020. 1. 30.

24.01.2020/25.01.2020 : 길고 길었던 생일

 

33시간 넘게 생일 축하받기의 시작

열일 하는 카톡 덕분에, 한국과의 9시간 시차 덕분에 무척 길었던 2020년 생일날.

아일랜드 시간으로 24일 3:00pm, 한국 시간으로 25일 00:00시. 알바 중에 생일 축하 카톡이 오기 시작했다. 마침 손님도 없었고 핸드폰으로 눈길이 갔다. 우선 고등학교 친구들 단톡 방을 시작으로 다른 친구들한테서도 연락이 왔다. 생각 의외로 생일 축하를 많이 받아서 기분이 살짝 업 됐다. 그래서 알바도 즐겁게 마칠 수 있었다. 

알바가 끝나고 고등학교 친구들이 생일선물로 준비한 카카오톡 봉투를 받았다. 매 생일마다 2만 원씩 모아서 선물을 사주는데 선물 받기가 애매한 나는 올해도 돈으로 받았다. 작년에 괜히 선물로 줬다가 성에 안 찰 것 같다고 필요한 거 사라고 돈으로 줘서 웃기고 어이없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 지나 또 봉투로 받았다. 시간이 느린 것 같다가도 빠른 것 같다. 

친구들 뿐만아니라 가족들, 친척들, 주변 지인분들께 계속해서 축하받았는데 받을 때마다 기분 좋고 생각지 못했던 터라 더 행복했던 것 같다. 그냥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가 큰 의미가 되었다.

 

생일 만찬

생일밥으로 뭐 먹지? 했을 때 어렴풋 생각났던 어릴적 추억에 젖어서

일요일에 친구와 생일 파티를 하려고 했는데 사정이 안 돼서 토요일에 집에서 밥을 해 먹기로 했다. 

생일인데 맛있는 거 먹으라는 얘기에 뭘 먹지 생각하다 문득 생일날이면 엄마가 갈비를 해주셨던 게 기억이 나서 갈비를 먹기로 결정했다. 너무 옛날이라 이게 초등학생 때였는지 중학생 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갈비가 머릿속에 스치듯 떠올랐다. 괜히 그때가 그립고 가족들의 품이 그리워지는 느낌이었다.

생일날인데 소스끼지 도전했다가 망해서 맛없는 음식을 먹고 싶지는 않아 시판 소스를 지아지아에서 샀다. 갈비는 잉글리시 마켓에서 돼지 립 부분을 조각내어 달라고 했다. 

친구는 동을 만들었는데(무슨 동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약간 롯데리아 불고기 버거 맛이었다. 국물이 이렇게 많은 음식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냥 맛있게 먹었다. 익숙하고 그리운 그 맛. 동생이 가져다준 집에서 직접 재배한 쌀과 마른 무 팩까지 이것저것 다 챙겨 와서 만들어줘서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아침부터 설이라고 하우스 메이트 언니가 끓여준 떡국 까지.

생일밥으로 배터지게 먹었다. 

 

레스토랑 에피소드

너만 생일이냐! 나도 생일이다! 했다가 너도 생일인데 속상하겠다..라고 1분 만에 바뀌는 마법

밥을 먹고 쉬다 알바하러 레스토랑으로 갔다. 단체석 예약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가니 정신없었다. 우선 예약 종이를 보며 상황 파악을 하고 정리 중인데 한 예약 손님이 와서는 자기들이 10명이란다. 순간 당황해서 우리는 10명 예약 못 받아서 안 받는다고 확인 메일을 받았냐 하니 어제 전화로 확인을 했단다. 예약 종이에는 2명이라고 적혀있고 우리 레스토랑은 10명은 아예 수용이 불가능 하니 우리 쪽에서는 분명 이쪽 예약을 받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 당장 이들을 위한 테이블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서 미안하지만 내가 지금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얘기했다. 그러자 친구들이 이 친구 생일이고 45분이나 걸려서 왔다며 따로따로 라도 앉게 해 달라며 해결책을 요구한다. 오자마자 이게 뭔가 싶어서 확인해보니 목요일에 내가 이미 10명은 불가능하다며 메일로 거절을 했는데 메일 확인 안 하고 금요일에 다시 확인 전화를 한 것이다. 근데 그날따라 통신상태가 정말 안 좋아서 서로 can you hear me? 만 수차례 했었는데 그중 한 명이었다. 그쪽에서는 10명이라고 말하고 나는 2명이라고 들었고 마지막에 예약 확인할 때도 2명이라고 얘기했는데 그쪽에서도 10명이라 들었으니 이런 일이 일어났겠지..  우선 오는 손님들을 돌려보내고 머리를 굴려보니 다다음 단체석 손님들 오기 전까지 테이블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따로따로 지만 1시간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그들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고 다행히도 후에 테이블이 여유가 생겨 그들은 다 같이 단체석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원할 때까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너무 긴 스토리였는데 여튼 마지막에는 잘 풀려서 서로 생일 축하해주며 웃으면서 안녕 했다. 잊지 못할 생일날 기억이 될 것 같다.

저 예약 손님들 문제로 처음에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 그렇게 주방에 잠깐 들어갔다가 주방친구들이 서프라이즈로 갑자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기 시작하는데 뭔가 마음이 사르르 풀리고 행복해졌다. 사람이 이렇게 금방 기분이 바뀔 수 있고 긍정적이게 되는구나 싶었다. 주방 친구들한테 얘기를 안 했어서 이렇게 축하받을 줄 몰랐는데 다 같이 노래 불러주고 축하해주니 엄청 고맙고 감동이었다. 

주방에 들어가기 전에 너만 생일이냐! 나도 생일이다! 라며 혼자 짜증 냈는데 들어갔다 나오니 생일인데 많이 속상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고 괜히 더 미안해졌다.. 

 

소소하지만 즐거운 생일파티

 Happy Birthday 

마감이 늦게 끝나 집에 도착하니 이미 26일이 되어 버렸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엄청 빨리 걸었던 것 같다. 부억에서 물 한잔 마시고 하우스 메이트 언니와 거실로 들어가니 같이 일하는 친구와, 언니가 숨어있다가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벽에는 레스토랑에서 친구가 챙겨갔던 펜으로 쓴 happy birthday카드가 붙여져 있다. 메뉴판 수정하려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귀엽고 고마운 친구! 모두들 덕분에 또 기분 좋게 웃었던 것 같다.

소소하게 안주거리 조금이랑 와인을 마셨다. 다들 늦은 시간에도 기다려주고 같이 시간 보내줘서 무척 감사했다.

 

 

26일 아침식사

길었던 생일의 마지막, 식당에서 돈 안내고 그냥 나가본 적 있어?

 

 

주방에서 일 하는 친구가 26일에 오프라 내가 일 가기 전에 breakfast를 먹기로 했다. 장소는 Tara's Tea Rooms. 점심은 먹어봤는데 아침은 안 먹어봤어서 여기로 결정했다. 일 할 때는 바빠서 대화를 많이 못 했는데 밥 먹으면서 대화도 많이 하고 더 많이 알아간 것 같다. 나가기 전에 화장실 다녀오라기에 그러지뭐 하며 다녀왔다. 돈을 내려니깐 갑자기 밥 먹고 그냥 돈 안 내고 식당 나가 본 적 있냐며(먹튀 해본 적 있냐는 얘기를 하는 거였다) 그냥 가라는 것이다. 알고 보니깐 화장실 다녀온 동안 미리 계산을 한 것이었다. 생일인데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밥으로 사주고 싶었다고 한다. 먹고 나서 은근슬쩍 케이크도 먹으라면서 권유했는데 생일이라서 케이크도 사주고 싶었던 것 같다ㅜㅜ 고마운 친구... 같이 일 하면서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밖에서 만나기는 어려웠는데 이렇게 잠깐 시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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